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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의 하루는 언제나 변수투성이다. 냉장고 수리가 예정된 날, 첼시가 놀러 왔다. 하필 폭염에 에어컨까지 고장 나 선실은 한증막이 되었지만, 첼시는 “그래도 크루즈에 온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이런 불편함마저 우리가 함께 쌓아가는 배움의 추억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2025년 여름을 담으며.
레이싱 요트는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새로운 세계다. 스피네커를 사용하는 우리 배는 바우 쪽에만 세 명의 크루가 필요하다. 오늘은 정든 나의 바우맨 포지션을 새로운 크루들에게 인수인계하는 시간을 가졌다. 폴과 시트를 한 번이라도 더 만져보는 그 ‘감’을 나는 중요하게 생각한다. 바람과 타이밍, 밸런스를 손끝으로 기억해야 하니까. 5년 동안 바우맨으로 쌓아온 노하우와 작은 팁들을 아주 요약해 전했다. 다가오는 대회를 앞두고, 그중 단 한 가지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내가 감독님과 선배들에게 배워온 것들을 이번에는 피트와 마스트맨, 그리고 새로운 바우맨들에게 담아주었다. 다 전하지 못한 부분들은, 아마 내가 아직 더 배워야 할 것들일 것이다.
오늘은 레이싱 요트 딜리버리용 메인세일의 아웃홀을 연장하기 위해 다이니마 시트(로프)로 스플라이싱을 했다. 가장 기본적인 아이 스플라이싱만 할 줄 알지만, 곧 소프트샤클 만드는 법도 배워보고 싶다. 레이싱 요트, 참 신기한 세계다. 이렇게 단순한 작업으로 완성된 한 줄의 시트(로프)가 수백, 수천 킬로의 하중을 견딘다니, 볼 때마다 놀랍다. 레이싱 대회를 앞두고 정비할 것들을 하나씩 진행하고 있다. 올해 마지막 레이싱을 준비하며, 야생마 같은 이 레이싱 요트와 조금은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트 위에서 보내는 하루는 늘 작은 긴장과 설렘이 공존한다. 오늘은 요트에 EPIRB를 설치했다. 부디 쓰지 않기를 바라는 장치지만, 바다 위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기존에 있던 거치대를 활용해 달기로 했고, 위치를 맞추어 고정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구멍을 뚫는 과정에서 브라켓이 생각보다 단단해 더 튼튼한 드릴 비트가 필요했다. 결국 장비를 챙겨 집으로 가져가 구멍을 뚫고, 잠시 우리 댕댕이들과 놀며 숨을 고르는 시간도 가졌다. 다시 돌아와 볼트를 하나하나 조여가며 장착을 마쳤다. 태양광 패널 때문에 선택지는 많지 않았지만, 결국 선미 바깥쪽에 달기로 했다. 하늘이 잘 보이고 비상 상황에서도 바로 꺼낼 수 있는 자리였다. 설치가 끝난 뒤, 튼튼히 고정된 EPIRB를 바라보니 묘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겉으론 작은 장치 하나지만, 필요할 때는 생명을 지켜주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오늘도 바다는 고요했다.
바다는 언제나 신비롭다. 겉으로 보기엔 고요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상상하지 못한 생명들이 숨어 있다. 오늘은 요트 선석에 붙은 해초를 정리했다. 지난번에는 스크류 프로펠러에 톳이 잔뜩 감겨 있었는데, 이번에도 해초 사이에서 성게, 멍게, 소라 같은 바다 생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콧물 같은 낯선 생물도 있었다. 살아 있는 듯 꿈틀거리고 내장 같은 것도 보여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단순한 청소였지만 마치 신기한 해양 생물들로 가득한 작은 아쿠아리움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바다는 여전히 신비롭다. 그 속에서 만나는 경험 하나하나가 새롭고 신기하게 다가온다.
오늘도 자잘한 일들이 많았다. 비가 와서 큰 작업은 미루고, 차분히 정비를 진행했다. 수납함에 가득 쌓여 있던 물품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올해 꼭 필요한 것들과 당장 쓰지 않을 것들을 나눠 두었다. 진행 중인 작업들을 다시 확인하고, 직접 만든 씨코크 배치도도 정리해 두었다. 머릿속으로만 알고 있던 것들이 그림으로 보이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비 오는 날이라서인지 마스트와 해치, 전선 덕트 주변에서 물이 새는 흔적이 보였다. 내일은 더 꼼꼼히 확인해야겠다. 25년 된 요트는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하루하루 애정을 더하게 되는 것 같다.
(영상 자막 on) 안전검사를 위해 12km 떨어진 마리나에 크레인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배를 몰고 다녀왔다. 크루 두 명과 함께 왕복 2시간 거리의 짧은 운항을 마치고 복귀했다. 배 밑에 도료를 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따개비가 많이 붙어 있지는 않았고, 25년 된 배치고는 상태가 아주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스크류에 따개비가 감겨 있어 순간 당황했지만,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스크류에 설치한 로프 커터가 해초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는 듯했다. 오전 중에는 그렇게 다녀오고, 오후에는 우리 레이싱 요트의 마스트 수리를 위해 마스트에 올랐다. 고단한 하루였지만, 참 뿌듯한 하루였다.
